올가을엔 禮를 갖추시오

입력 2021-08-19 17:14   수정 2021-08-20 01:53


“정장을 입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에요.” 얼마 전 만난 40대 초반의 싱글 직장 여성은 정장 차림으로 회사에 출근하고 싶다는 마음이 불현듯 찾아왔다고 했다. 트레이닝복이나 레깅스 한 벌로 하루를 마감하는 ‘재택 패션’에 지쳤다는 것이다. 이런 수요를 감안해서일까, 패션업계는 올가을 격식을 갖춘 패션이 돌아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코로나19로 인해 재택은 중단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로 인한 반대 심리가 패션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 패션의 귀환
패션업계 관계자는 올가을 유행을 묻자 “수년간 통이 큰 바지와 그에 맞는 느슨한 옷이 인기를 끌었다면 최근에는 슈트와 조끼, 코트 등 격식을 차린 의류가 다시 거리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건 1990년대 글로벌 호황기에 유행한 옷들이 귀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 패션회사들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 가을·겨울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올가을 여성 패션은 △프레피룩 △젠더리스 △미니멀룩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패션 전문가들은 이번 가을에 1990~2000년대 미국 명문 사립고등학생들이 즐겨 입던 패션인 ‘프레피룩’ 유행이 돌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프레피룩은 단순하면서도 고전적인 맵시가 특징이다. 통상 카디건과 셔츠, 치마 등을 조합해 입는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는 해외 명품 브랜드 셀린느가 이런 유행을 이끌고 있다. 셀린느는 197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고전적인 의류 디자인을 재해석해 시장에 출시, 인기를 끌었다.

올가을 유행의 핵심은 ‘트위드 재킷’이다.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인 샤넬의 시그니처 재킷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트위드 재킷은 굵은 양모를 가공해 만든 의류로 다소 거친 느낌을 주는 게 특징이다. 코오롱FnC의 여성 캐주얼 브랜드 럭키슈에뜨를 비롯해 여러 패션회사가 가을 주요 제품으로 트위드 재킷을 내놓기 시작했다. 코오롱 관계자는 “최근에 조끼와 같이 격식을 차린 옷이 유행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며 “단순하면서도 고전적인 이미지를 의류 디자인에 담았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 한섬은 가을 패션으로 러플 장식의 블라우스와 패턴이 적용된 치마를 대표 상품으로 내놨다. 러플 장식은 옷 가장자리에 주름을 잡아 만든 장식으로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인 만큼 불황 속에서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디자인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2030 여성들은 슈트 패션 선호
과거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진 슈트는 성 구분 없는 젠더리스 패션의 유행과 함께 여성 대표 패션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2030여성 사이에선 상·하의 세트로 구성돼 있는 ‘셋업 슈트’가 인기다. 세트로 구성돼 옷장 앞에서 고민할 필요도 없다. 재킷 안에는 답답한 셔츠 대신 라운드 티가 자리 잡았다. 이렇게 차려입고 직장, 학교, 커피숍, 편의점까지 어디든 갈 수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텐먼스는 가을·겨울 시즌을 앞두고 기존 베이지와 블랙 색상의 셋업 슈트에 더해 갈색 셋업 슈트를 새롭게 내놨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브플먼트는 오버사이즈 재킷과 넉넉한 핏의 바지로 구성된 블랙 셋업 슈트를 내놔 인기를 끌고 있다. 배꼽까지 오는 짧은 기장의 맨투맨티와 바지 밑단을 밴드 등으로 고정한 조거 팬츠를 함께 입으면 기존 셋업 슈트보다 자유로운 느낌을 강조할 수 있다.

간결하고 깔끔한 느낌을 주는 의상은 직장인에게 단연 인기다. 패션회사도 장식이 과하지 않고 절제된 오피스룩을 선보이고 있다. 갈색, 카키, 베이지 등 자연스러운 색감을 주로 사용하면서 군더더기 없이 떨어지는 깔끔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간결한 갈색 트렌치코트 안에 회색 맨투맨티를 함께 입으면 깔끔하면서도 실용적인 ‘출근룩’이 만들어진다. 삼성물산의 미니멀 패션 브랜드인 구호플러스도 간결한 디자인에 디테일을 추가해 개성적으로 보이는 의상을 선보여 호평받고 있다. 전체적으로 편안함을 강조하면서도 단추 등에 포인트를 준 것이 특징이다. 가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니트와 코트 종류도 다양해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보브는 소매가 없는 베스트(조끼) 형태의 긴 기장 코트를 선보였다. 일자로 길게 떨어지는 기장이라 무심한 듯 걸쳐 입으면 감각적인 느낌을 준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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